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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나갈꺼같아..
처음엔 그저 흔한 심야 시간대 성인용 B급 애니메이션인 줄 알았습니다. 심지어 그림체도 호불호가 갈릴 만한 스타일이니까요. 그런데 한 에피소드, 두 에피소드 보다 보니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며칠 밤을 새우며 정주행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인생작'으로 꼽히는 SF 블랙 코미디의 끝판왕, <릭 앤 모티> 리뷰를 가감 없이 풀어봅니다.
1. 매운맛 심슨? 아니, 멀티버스 급 매운맛
이 작품의 핵심은 매드 사이언티스트 할아버지 '릭'과 소심한 손자 '모티'가 차원 이동 총을 들고 우주와 멀티버스를 넘나들며 벌이는 엽기적인 모험입니다.
- 선을 넘는 블랙 코미디: 도덕성이나 윤리관 따위는 안드로메다로 날려버린 대사와 연출이 난무합니다. 잔인하고 기괴한 묘사는 기본이고, 종교, 정치, 철학, 대중문화 등 세상의 모든 금기를 거침없이 풍자합니다.
- 천재적인 SF 상상력: 매화 뇌를 자극하는 참신한 설정들이 쏟아집니다. 기억을 지우는 장치, 평행 우주의 또 다른 나, 시뮬레이션 속의 시뮬레이션 등 웬만한 하드 SF 영화 뺨치는 탄탄한 과학적 가설과 상상력이 돋보입니다.
특히 어떤 에피소드는 단순히 웃기고 기괴한 것을 넘어, '인간이란 존재는 우주에서 얼마나 보잘것없는가'에 대한 깊은 허무주의와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2. 가차 없는 캐릭터 붕괴와 관계성의 매력
주인공 릭은 우주에서 가장 똑똑한 천재지만, 동시에 지독한 이기주의자에 알코올 중독자입니다. 반면 손자 모티는 그저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좋아하는 여자애한테 고백하고 싶은 사춘기 소년일 뿐이죠.
이 둘이 엮이면서 모티는 강제로 멘탈이 깨지고 우주의 쓴맛을 배우며 성장(?)해 나갑니다. 여기에 막장 기운이 가득한 모티의 가족들(매일 싸우는 부모님, 스마트폰만 붙잡고 있는 누나)까지 가세하면서, 평범한 '가족 시트콤'의 틀을 완전히 깨부수는 뒤틀린 케미를 보여줍니다.
3. 지극히 주관적인 아쉬운 점 (단점)
- 높은 진입장벽과 호불호: 대사 속도가 무지막지하게 빠르고, 미국식 유머나 SF 장르의 클리셰를 비튼 장면이 많아 초반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괴하고 징그러운 외계인이나 연출이 자주 나와 비위가 약한 분들에겐 스킵 본능을 자극합니다.
- 시즌 후반부의 미묘한 완급 조절: 시즌이 거듭될수록 메인 스토리(릭의 과거, 악당 모티 등)의 떡밥을 풀 때와 옴니버스식 일회성 에피소드를 진행할 때의 재미 편차가 조금씩 생깁니다. 가끔 너무 난해해서 난해함 그 자체를 위한 에피소드처럼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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