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시즌 동안 한 번도 안 변한 게 있습니다 — 주인공이 끝까지 철없다는 것. 〈아처〉 리뷰
스파이물이라고 하면 보통 멋있는 액션, 날카로운 두뇌,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공을 떠올리실 겁니다. 〈아처〉(Archer)는 그 기대를 정면으로 박살내는 애니메이션입니다. 주인공 스털링 아처는 007 본드처럼 생겨서 본드처럼 총을 쏘지만, 행동은 시종일관 철없고 찌질합니다. 그리고 그게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설정은 진지한데, 사람들이 다 이상합니다
배경은 국제 스파이 조직 "아이시스(ISIS)". 스털링 아처는 이 조직의 베테랑 요원이지만, 사실상 어머니가 조직 수장이라 그 빽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인물입니다. 임무는 항상 거창하게 시작하지만, 결과는 늘 아처의 삽질과 운빨로 마무리됩니다. 주변 인물들도 정상인이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마약에 중독된 집사, 괴짜 천재 과학자, 할 말은 다 하는 여비서까지 — 모두가 한 명씩 사회생활 부적응자입니다.
시즌마다 장르를 갈아치우는 과감함
보통 시리즈물은 한 번 잡은 틀을 끝까지 우려먹는데, 〈아처〉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느 시즌에서는 1980년대 형사물 분위기로 완전히 갈아타고, 또 어느 시즌에서는 전혀 다른 세계관처럼 분위기를 바꿉니다. 14시즌이나 이어졌는데도 매번 신선한 느낌을 주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림체는 단순한데 액션은 진심입니다
처음 화면만 보면 단순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액션 신은 꽤 화끈하게 그려집니다. 가벼운 그림체와 묵직한 액션의 괴리감이 또 다른 웃음 포인트가 됩니다.
주의할 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이 작품은 성인 대상 코미디입니다. 19세 등급 수준의 농담과 자극적인 장면이 자주 나오고, 미국 대중문화를 잘 알아야 완전히 이해되는 패러디도 많습니다. 그래서 호불호가 꽤 갈리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다만 캐릭터들의 케미와 말장난 자체는 언어 장벽 없이도 충분히 재밌습니다.
이런 분들이라면 무조건 빠집니다
- 진지한 스파이물을 비틀어버리는 블랙코미디 좋아하는 분
- 캐릭터들이 전부 망가져 있는 시트콤 선호하는 분
- 한 작품을 오래오래 정주행하고 싶은 분 (시즌이 14개나 됩니다)
- 19세 이상, 자극적인 유머에 거부감 없는 분
넷플릭스에 전 시즌이 올라와 있어서 접근성도 좋습니다. 가볍게 한 편만 틀어봤다가 새벽까지 정주행하게 되는, 그런 위험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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